바야흐로 헬조선 시대가 도래했다. 결혼, 출산, 연애를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는 어느새 오포세대, 칠포세대가 되었고 이제 숫자를 붙이기도 민망해서 그냥 N포세대로 퉁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년들이 꿈꾸기조차 포기한 '헬조선'. 이곳에 세계 위인들이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옥불반도에서도 그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을까?



1. 플라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학과에 입학한 플라톤. 졸업 후 취업전쟁에 뛰어든 선배들을 보니 도무지 철학 공부를 계속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 명이라도 좀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한 선배가 있으면 참고 버티겠는데 그 한 명이 없다. 학과에서 수재 소리를 듣던 소크라테스 선배는 몇년째 시간 강사 일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서 돈벌이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철학 타령 그만하고 복수전공해서 취업 준비나 하라는데 심히 고민이다.



2. 아이작 뉴턴
 

어릴 적부터 과학 신동으로 불린 아이작 뉴턴.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했으나 지금은 허름한 전파사를 운영 중이다. 대학원에서 기존 학설을 뒤엎는 이론을 발표했는데 그게 문제였다. 자신의 학설을 부정당한 지도교수가 괘씸죄로 그에게 추천장을 써 주지 않은 것이다. 헬조선에서 지도교수의 추천장을 못 받았다는 건 연구자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뜻. 뒤늦게나마 지도교수의 이론을 찬양하고 나섰으나 되돌릴 수는 없었다.



3. 토머스 에디슨
 

토머스 에디슨은 오늘도 고시원에 틀어박혀 마른오징어에 소주나 마시고 있다. 유명 대기업에서 그에게 모든 발명품의 판권을 사겠다며 샘플을 받아갔는데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한 달 뒤 에디슨은 인터넷에서 자기 발명품과 아주 유사한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걸 발견했는데, 제품엔 그 기업 브랜드가 당당히 박혀 있었다. 곧장 변리사를 찾아간 에디슨. 하지만 해당 기업이 이미 특허를 등록해 버려서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듣곤 고시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4. 이순신
 

평생을 군 전술, 전략에 힘써 왔으나 소령에서 진급이 안 돼 전역해야 했다. 하루는 사단장이 '자네, 요즘 많이 바쁜가 봐? 우리 딸 결혼식 때도 안 오고.'라는 말을 슬쩍 던졌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나저나 할 줄 아는 거라곤 부대 지휘통솔뿐이고 자식들이 대학 졸업하려면 아직도 멀었고.. 어찌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5. 스티브 잡스

대학교 강의가 자기 인생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스티브 잡스는 과감히 자퇴를 결심한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우기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변변한 대학 졸업장 하나 없이 취업문을 뚫기란 헬조선에선 불가능한 일.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부랄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용산 전자상가에 가게를 차린다. 원래부터 한 성격하던 스티브 잡스는 오늘도 손님에게 질문을 던진다. 손님, 맞을래요?



6. 장 앙리 파브르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장 앙리 파브르는 중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곤충학의 정수라 불릴 만한 <곤충기>를 저술해 내지만 학계에 이름도 올리지 않은 듣보잡이 감히 헬조선 정부의 출판지원금을 받을 수는 없는 일. 결국 연구를 포기하고 돈이나 벌기로 결심한다. 최근에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곤충아저씨>, <기인열전 – 곤충인간> 편에 출연하며 예능 활동을 노리고 있다.



7. 마르크스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핍박 받지 않으려면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시도 때도 없이 설파하고 다니던 마르크스. 국가보안법에 걸려 지금 3년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친구 엥겔스가 간간이 사식을 넣어준다고 한다.



8. 예수
 

목공소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었던 예수는 자기처럼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을 모아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는 촛불시위를 벌인다. 그러다 경찰에 불법폭력집회 주동자로 붙잡혀 전과 12범(집시법 위반 7범, 소요죄 3범, 교통방해죄 2범)으로 복역 중이다.



9. 스티븐 호킹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은 지방의 한 장애인 요양시설에서 조용히 요양 중이다. 한 번은 요양보호사에게 블랙홀에도 출구가 있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는데 그때 정신병원에 끌려갈 뻔한 뒤로 더는 말을 하지 않는다.




10. 월트 디즈니
 

꿈과 희망의 동산 디즈니랜드 설립자 월트 디즈니. 지금은 작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연봉은 퇴직금 포함 1,800만원. 얼마 전 몇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만들어 냈는데, 바로 위 대리 나부랭이가 가로채 자기가 한 것인 양 윗선에 보고해 버렸다. 대리에게 정중히 항의했지만, 원래 사회 생활이란 게 그렇다며 예민하게 굴지 말고 빨리 적응하란 소릴 들어야 했다. 연봉도 오르지 않아 요즘엔 외주를 알아보고 있다.



그렇게, 헬조선에서 태어난 10명의 위인들은 제 능력을 펼쳐보지 못하고 덧없이 사라져갔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여기에 거론되지 않은 나머지 위인들은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 http://www.ziksir.com/ziksir/view/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