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럽게 쉬운 변기 고치기
얼마 전부터 변기 주변으로 물기가 스물스물..
물줄기가 생길 정도로 대놓고 흐르지는 않지만 항상 보일듯 말듯 변기 바닥의 실리콘 코팅 주변을 감싸듯 조금씩만 물이 고여있다.
즉흥적으로 '둘 중 하나 아닐까?' 하는 생각..
1. 변기 내부에 금이가서 깨끗한 물이 샌다.
2. 변기와 하수구가 연결된 부분에서 물이 샌다.
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1번 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단 바닥에 보이는 물기를 스폰지로 다 닦아내고 1시간 여 동안 아무짓(?)도 하지않고 기다렸는데 물이 고이지 않았다.
어.. 그럼 2번인가? 하는 생각에 변기에 물을 내려봤다. 조금 뒤 아.. 역시 물이 나온다.. ㅠㅠ
변기 물을 내릴 때만 새어 나오는 것으로 봐서 변기와 하수구가 연결된 부분에서 누수가 있는게 거의 분명했다.
주로 2층 화장실을 쓰니까 그 동안 1층 화장실에서는 응가를 하지 않았고 거실에서 코 풀고 휴지 버리면서 물 내리는 정도로 깨끗한 물만 흘려 보내서 바닥에 새는 물에서도 나쁜 냄새(?)가 나지 않았나 보다.
어쨌든.. 변기와 바닥 하수구 사이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아.. 더러워..
- 아.. 이거 돈 좀 들겠는데..
일단 유투브에서 변기 고치는 방법을 검색했다.
우리집 변기와 같은 증상을 해결하는 영상을 몇 개 찾아서 보니 생각보다 쉽게 고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더러운 건 역시나 마찬가지.. ㅠㅠ;
# 찾은 동영상 중 설명이 가장 친절한(?) 아저씨
저 동영상을 보고 물이 새는 원인과 내가 해결해야 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변기와 바닥 배수구가 연결되는 부분에 누수를 막아주는 가스켓에 문제가 있고 이것을 교체하면 된다.
아래 사진들은 동영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캡쳐를 한건데 맨 왼쪽 위의 첫 번째 사진에 노란 부분이 변기와 맞닿는 가스켓이고 기존에 망가진(?) 부분을 제거하고 새걸로 교체하고 있는 장면이다.
가스켓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근래에 대부분 왁스 가스켓을 사용했을 것이고 이것의 단점은 잘 녹아서 누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말하기를 이런 왁스 가스켓의 단점 때문에 요즘에는 고무로 된 Flexible Gasket을 쓴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 중간에 갈색 도넛 모양이 구형 왁스 가스켓이고, 아래 초록색 도넛 모양이 고무로 된 신형 Flexible Gasket 이다.)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서 변기 설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했더니 어느새 밤 10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실습(?)을 해봐야 하는데..
어쨌든 우리 변기 상황은 다를 수도 있으니 정확한 원인을 확인이라도 하기 위해 일단 변기를 뜯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 진짜 유투브에서 저 아저씨가 설명한대로 왁스가 녹아서 변기 왼쪽(사진은 오른쪽) 볼트 주변에 물길이 생겨 있었다. 실제로 보니 왁스 자체가 녹는다기 보다 뭔가에 서서히 쓸리거나 밀려서 틈이 생기는 것 같다. 말이 왁스지 고체 기름 덩어리이다 보니 단단하지 않아서 지속적인 압력이나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면 쓸려서 모양이 변형된다. 실제로 손으로 눌러보니 녹은 비누 처럼 움푹~ 함몰돼 들어간다 ㅠㅠ;
사실 이사할 때 부터 변기의 왼쪽 볼트가 고정되지 않고 풀려 있었고 큰 힘을 주면 변기 왼쪽이 살짝 들리곤 했었는데 그 때문에 볼트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왁스가 파헤쳐져서 물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작업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 변기를 옆으로 치우고..
아! 근데 부품이 없잖아ㅠㅠ; 저걸 뜯어내고 교체해야 하는데..
일단 하수구 구멍을 신문지로 막아두고 아침에 Home Depot에서 필요한 부품을 사러 가야겠다.
자.. 벌써 다음 날이 됐고 Home Depot에 부품을 사러 가야하니, 더러운(?) 왁스를 제거 하고 필요한 부품의 영어 이름을 외우고 모양과 규격을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저 나사도 따로 사려고 찍어 두었다.
Home Depot 직원에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저 사진 한장이 나을테니..
아침에 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Home Depot 가서 가스켓을 찾아보는데..
오오!! 진짜 있다. 동영상에서 아저씨가 설명했던 초록색 도넛 모양의 Flexible Gasket 발견!!
그리고 이런 문구가 뙇.. ㅋㅋㅋ
BETTER THAN WAX
Toilet Seal - No Leaks, Worry-Free
그리고 내용물을 보니 따로 사려고 사진을 찍어뒀던 볼트도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와서 당장 더러운(?) 볼트를 뽑아버렸다 ㅋㅋㅋㅋㅋ
유투브 영상에서 마감 처리를 위해 나사를 자르는 것을 보고 쇠톱도 사와서 미리 잘라두었다. 완전히 자르지는 않고 꺾어서 바로 자를 수 있을 정도까지만 톱질을..
이렇게..
톱질된 볼트를 설치하고 ㅋㅋ
볼트를 통과해서 초록색 Flexible Gasket을 그 위에 설치하고 ㅋㅋ
이제 변기를 다시 조립해서 저기에 설치해야 한다.
아놔.. 더럽게 무거워서 죽는 줄 알았네 ㅋㅋ
에라이.. 혼자서 변기를 들려니 공중부양 수준까지 도저히 못 들겠고, 그래서 앞 부분은 모르겠고 뒷 부분만 들고 질질 끌고는 기존에 있던 실리콘 자국을 따라서 서서히 볼트 구멍을 맞춰서 성공 ㅎㅎ
아.. 유투브에서 아저씨는 저 상태로 누워서 톱질을 했는데 나는 아까 미리 해놨지롱 ㅋㅋ
미리 톱질해 둔 볼트를 니퍼로 꺾어서 부러 뜨리니 완전 딱 맞음
이제 진짜 다 됐다. 이제야 좀 화장실 같고 변기 같다.
혹시 몰라서 실리콘 마감 처리는 바로 하지 않고 며칠 사용해 볼 예정이다.
몰라서 걱정했었는데 알고보니 실제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냥 더럽게 쉬웠다. (변기니까 더러움을 강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