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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광고를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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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는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불고기 광고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이 광고를 무리없이 수용하는 것에 반해, 미국 현지인들은 '도대체 이 광고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받아들이며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공영라디오(NPR) 기자 루이스 클레멘스는 “이 광고를 세 번이나 훑어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광고를 볼 때 마치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베개가 발 밑에 가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클레멘스 기자의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는 표현은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학자들은 자기의 문화 DNA와 언어회로를 역류하는 정보 조합을 접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인지부조화의 불쾌감’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명 야구선수 추신수가 나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드세요’라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잘 보이는데 왜 미국인들 눈에는 그런 것이 안 보였던 것일까? 아니, 왜 오히려 인지부조화의 불쾌감을 호소하는 것일까?

DBR 151호에 글을 기고한 필자 조승연에 따르면, 이는 문화 DNA를 염두에 두지 못한 채, 한국인=한식=불고기’로 쉽게 연결이 되는 동양적 사고로 광고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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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xas_Fotos, 출처 Pixabay


문화 DNA

아시아 페널티 (Asian Penalty)란 말이 있다. 동일 품질, 동일 디자인도 아시아에서 만든 제품은 선진국 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이 책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아시아 기업들이 고가 상품 구매력을 가진 서구 선진국 소비자들의 구매 취향을 결정 짓는 문화DNA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듣고 보고 배운 인문학 지식의 내용과 총량에 따라 마치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성향, 사고와 행동 방식, 소비 패턴, 미적 기준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인문학 지식은 대부분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대물림하기 때문에 일종의 ‘후천적 유전 요인’이 되는데 이런 현상을 문화 DNA 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우리와 다른 서양의 문화 DNA를 고려하지 못해 해외 진출 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소개한 불고기 광고가 미국인들의 문화 DNA를 어떻게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관련 연구와 필자의 견해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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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네스빗 박사의 연구 : ‘연관적 사고’의 동양, ‘분류적 사고’의 서양

미국 미시간대의 네스빗 박사는 문화와 언어의 관계를 실험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추신수 불고기 광고 사건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는 실험 대상자를 아시아 출신과 서양 출신 학생들로 구성하고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그 중 하나가 원숭이바나나, 호랑이 중 서로 연관성이 깊은 단어 두 개를 짝지으라는 것이었다.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짝지었다. 아시아 학생들은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기 때문에 둘을 짝지었다고 했고,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는 모두 동물이고 바나나는 식물이기 때문에 둘을 짝지었다고 대답했다.

동양인들의 기본 문화 DNA는 가까이 있거나 관계가 있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성을 통해 세상을 보는 ‘연관적’ 사고다. 서양인들의 기본 문화 DNA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물과 생각들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보는 '분류적 사고'가 기본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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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동양권 사람들은 대개 카테고리, 즉 범주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서양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서양 인문학의 ‘카테고리’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카테고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 소개된 개념이다. 이는 이후에도 성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의 철학으로 이어지면서 서양의 어휘, 문법 등 언어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 서양 문화 DNA의 척추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분류적 사고관'으로 바라본 불고기 광고

이 논리를 추신수 불고기 광고에 적용해 보면 미국인들이 광고에 혹평을 쏟은 이유가 극명해진다. 동양인인 우리의 문화 DNA로는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한식을 먹기 때문에 한국인인 추신수 선수와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를 연관 지은 광고는 한식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누어 보는 서양인 눈에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야구라는 운동과 불고기라는 음식, 두 개의 관련성 없는 카테고리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는 미국 유명 스포츠 잡지가 발행하는 야구 전문지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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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야구선수가 왜 소고기 음식 광고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담고 있다. 이어 "불고기는 양념된 고기를 구운 요리인데, 닭이나 돼지가 아니라 소고기로 된 음식"이라며 "오프 시즌 때 엄격한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적인 메이저리거가 정말 불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서양인의 문화 DNA 카테고리로 보았을 때 해당 광고가 충분히 혼란스럽다는 것, 이들이 광고를 카테고리화 하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하단에 실린 www.forthenextgeneration.com라는 웹사이트는 더 큰 인지부조화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앞서 인용한 미국 공영라디오 루이스 기자의 말을 더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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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는 웹사이트에는 불고기를 비롯한 한식 홍보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문화, 독도와 위안부 문제까지 한국에서 해외에 알리고 싶은 수많은 내용이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서양식 카테고리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여성 인권 관련 카테고리에 속하고, 독도 문제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군사/외교 카테고리에 속한다. 한 마디로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 회로와 문화 DNA를 가진 미국인들에게 추신수 불고기 광고, 그 광고와 연동된 웹사이트 홍보는 정체성 없는 잡종 광고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품의 관계성을 보는 동양, 상품의 성능과 재질을 보는 서양

그런데 이전의 한식 광고들을 살펴보아도 추신수의 불고기 광고와 큰 차이가 없다. 모델은 이영애나 김윤진으로, 음식은 김치나 비빔밥으로 바뀌었을 뿐, 사실상 똑같은 광고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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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광고 이전의 비빔밥, 김치, 막걸리 광고

실제 한국에서 집행된 광고 중 물건 자체를 광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건을 추천하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또는 물건이 사회에서 가진 의미를 홍보하기도 한다. 예전 현대차 그랜저 광고가 대표적이다. “요즘 어떠냐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식이다.

그 물건을 사용할 고객에 대한 기업의 주장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여자의 마음을 아는 기업’과 같은 카피다. 그리고 한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사회적 트렌드와 맞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는 1등 기업이다’는 식의 우열 가리기 광고도 많다. 필자는 이를 조선시대부터 확고하게 자리잡은 중앙 집권체제하에서 정1품 2품, 과거 시험의 장원 급제 같은 방식을 통해 사회적 직위를 정확한 우열로 갈라서 평가하던 문화DNA 를 물려받은 탓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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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공식 광고 영상 캡처

서로 다른 문화 DNA에 따른 제품 인식의 차이는 일상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이 글의 필자 역시 자동차 구입에 관심이 생긴 후 많은 지인들에게 현대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때 한국인 지인들은 대부분 “요즘 현대차도 잘 나와서 외제차 타던 사람들도 많이 바꿔 타”라는 사회적 트렌드에 대해 말했고 미국인 지인들은 “지난 번에 렌터카로 현대차를 빌려 탔는데 급 코너링할 때 타이어가 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불안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i40을 리뷰한 한 영국인 비디오 블로거도 현대자동차의 트렁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흠, 느낌이 좀 뭐랄까… 재질감이 너무 가볍달까요?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라며 자동차 재질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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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서양 이해하기’를 통해 ‘아시아 패널티’ 극복하기

문화 DNA 차이는 사실 국적보다는 초국가적 역사 환경에 의해서도 많이 만들어 진다. 따라서 문화적 DNA 차이를 단지 지리적 동서양 간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지낸 한국과 같이 식민지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 출신과 프랑스나 영국처럼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해서 식민지로 다스려본 경험이 있는 나라 출신 사이에도 큰 DNA 차이가 존재한다. 근본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언어 습관을 비교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상반된 문화 DNA를 추적해 나가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기업들도 세계 시장 진출을 막는 크고 작은 장애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업이 세계 시장 진출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오랫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우리들끼리만 사용하는 언어를 쓰고, 우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끼리만 사업도 하고, 국가를 이루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국경과 대륙 넘어 사람들과의 문화 차이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은 1700년대부터 ‘아시아 사회(The Asian Society)’를 만들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하고 이란에서도 해독 못한 쐐기 문자를 해독하면서 페르시아 경전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 ‘동양언어문화학교(INALCO)’를 설립해 베트남 언어의 표기법을 개발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전들을 기록하고 관동어의 문법을 정리하는 등 동양 문화를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연구했다. ‘제국주의의 공격성과 침략성’을 빼고 본다면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다.


[출처] DBR 151호 (필자 조승연)

미국인은 추신수의 불고기광고 이해 못했고, 중국인은 아우디의 심벌에 확 끌렸다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6/article_no/6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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