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대학생 시절에 울면서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누나만 혼자 서울에 지내고 있었고 자주 연락을 했지만 울면서 전화를 한 적은 처음 이었다.
왜 우느냐고 물어봤더니, 과외 첫 날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고 바로 짤렸다고 한다. 누나는 서울대(화학/의대)를 여러 번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그 동안 가르쳤던 학생들도 모두 SKY에 보낼 만큼 잘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나로써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속으로 '누나가 뭔가를 잘못했겠지..' 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와서 나도 그런 상황을 몇 번 겪고나서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배우자인 경상도 사람과 결혼할 때도 확실히 느꼈다. 대부분의 전라도 사람은 경상도에 별 감정 없지만,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은 전라도를 싫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그런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었다.
정작 역사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혜택을 받아 온 사람들이 왜 직접적인 이유도 없이 피해 지역을 싸잡아 욕하고 싫어하느냐고..
그리고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그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부모님이 싫어한단다. 그래서 부모님은 왜 싫어하냐고 물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싫어한단다.
"무슨 모태신앙도 아니고..
경상도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나 효자/효녀란 말인가? 언제부터 부모님 말씀을 그리 잘 들었다고.."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