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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13:18
대학생활 양극화, 젊은이의 꿈을 좀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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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년 9월 4일
이런 씨밸.. ㅠㅠ
대학생 양극화<1>동갑내기 두 대학생의 너무 다른 하루
대학생 종우는 월 40만 원을 내고 수학 과외를 받았다. 종우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전공 성적이 안 좋은 몇몇은 지금도 선배나 대학원생에게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과외 받는' 대학생은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영어학원, 항공사 승무원 학원, 언론고시 학원, 공무원시험 학원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고 최근엔 국정원 학원까지 취업을 위한 대학생 사교육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학원은 물론 개인교사 과외 등을 통해 고3 때 못지않게 학습에 열을 올리는 게 요즘 상당수 대학생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런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같은 대학생이지만 너무나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편집자>
<서울 출신 대학생 종우>
대학생 윤종우(21. 남. 가명)는 스스로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말했다. '8학군' 출신인 종우는 어릴 때부터 줄곧 과외를 받아 왔다. 중학교 때는 '엄마 친구 아들'인 대학생에게서 받았고, 고등학교 때는 좀 더 비싼 '학원 선생님'에게 그룹 과외를 받았다. 종우는 2005년 서울 유명 사립대 공학계열에 입학했다. 그런데 종우는 대학 입학 후에도 과외를 받았다. 수학이 따라가기 힘들다고 판단해 대학원생에게 한 달에 40만 원씩 주고 일주일에 두 번씩 석 달 동안 수학 과외를 받았다.
종우는 "남들은 혼자서도 잘 하는데, 전 누가 좀 봐줘야 공부가 되더라고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종우는 "주변에 과외 받는 대학생들이 많은 건 아닌데, 전공 성적이 안 좋은 친구들이 가끔 전공과목별로 과외를 받나보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종우가 성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종우는 2006년 1학기에 평점 4.3점 만점에 4.25점을 맞았다. 6과목을 중 5과목은 A+이고, 한 과목만 A0를 받은 것이다. 종우는 "교환학생을 가려고 학점 관리에 특별히 신경썼다"며 "학점이야 나중에 대학원을 가거나 취업할 때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잘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일과가 궁금하다'고 묻자 종우는 PDA를 꺼내 보여줬다. 요일별로 하루 스케줄이 빼곡히 차 있었다. 낮에는 강의를 듣고 오후 5시 이후에는 학원 수강 등이 주 일과였다. 종우는 3일은 학원엘 가고, 3일은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
학원은 '프리토킹(free talking)'을 하는 영어학원이다. 종우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토플(TOFEL)학원에 다녔고, 토플 점수도 300점 만점에 220점을 맞아 교환학생 선발에 합격해 2007년 가을부터 미국에 있는 대학에 갈 예정이다. 종우는 "아무래도 '대화'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종우는 이것도 모자란 듯 "12월 중순에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적응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영어를 좀 더 배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우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피트니스센터에는 개인 트레이너가 있다"고 했다. 종우는 "엄마가 '요즘은 외모도 실력'이라면서 강제로 다니게 해서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홍대 근처의 미술학원에도 나간다. 꿈이 '건축사'인 종우는 "나중에 건축설계를 하려면 기본적인 드로잉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우는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캐드(CAD) 학원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우가 현재 다니는 학원비를 계산해보면 영어학원 20만 원, 미술학원 18만 원, 피트니스센터 월 회비 12만 원(가입비 제외) 등 한 달에 50만 원 가량이다. "토플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을 때는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는 썼던 것 같다"고 종우는 말했다. 학원비는 모두 부모님이 내주고 있다.
그런데 종우의 PDA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과외를 받는 줄만 알았더니 과외를 하고 있기도 했다. 종우는 "주로 주말에 과외를 하는데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엄마 친구 딸"이라고 했다. 종우는 "과외비로 한 달에 30만 원을 받는데 내 용돈 정도는 내가 벌어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알음알음 들어오는 과외자리가 몇 군데 더 있지만 종우는 정중히 사절했다고 한다. '자기 시간'이 빼앗기기 때문. 종우는 "차를 몰고 다니는 친구들은 과외를 몇 개 더 한다"고 귀띔했다.
<지방 출신 대학생 상민>
종우랑 동갑인 대학생 박상민(남. 가명). 대전 출신으로 서울지역 유명 사립대에 '유학'을 온 상민이는 올 겨울에 군대에 간다. 먼저 군대에 간 형이 올해 전역을 하기 때문이다. 상민이의 형은 지방 사립대 의대를 다닌다.
상민이는 "형은 의대를 다녀 군대는 나중에 군의관 같은 걸로 가도 되는데,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본과 올라가기 전에 현역으로 군대에 갔다"며 "형이 내년에 복학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군대에 간다"고 말했다. 상민이네 부모님은 대전에서 작은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상민 부모님은 자식자랑이 대단했다고 한다. 아들 두 녀석이 다 공부를 잘 해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갔다. 그런데 아들 둘 다 사립대에 진학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우선 상민이의 경우 인문계열임에도 한 학기 등록금만 320만 원이 넘는다. 거기에 하숙비 40만 원을 합하면 한 학기(6개월)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만 560만 원에 이르고 연간으로 치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교재비나 먹고, 입는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10년 전만해도 자식 서울 유학 보내는 데 '연 1000만 원'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옛말이다.
상민이는 과외 아르바이트 때문에 방학에 집에 내려가지도 못한다. 서울에 연고가 없는 상민이는 주로 인터넷의 과외 소개 사이트를 통해 소개 받아 과외를 했다. 소개를 받으면 첫 달 과외비의 30%를 중개 수수료로 낸다. 과외를 많이 할 때는 한 달에 3개까지도 했다.
상민이는 "과외 3개 하면 내 시간은 전부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주일에 2번 가면 총 6번을 가야 되고, 주중에 하루라도 시간을 빼려면 하루에 두세 탕 뛰는 날도 있다. 과외 하는 곳도 멀다. 상민이는 "과외 3개 할 때 하나는 부평, 하나는 일산, 하나는 상계동이었다"며 "과외 구하는게 쉽지 않아 소개시켜 주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가리지 않고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학에서 조모임이다 뭐다 해서 강의 시간 외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 과외를 몰아서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외 받는 학생 사정까지 고려해주다보면 대학생이 아니라 '월 수입 90만 원 짜리 보따리 장사'가 된다는 것이 상민이의 푸념이다. 그나마 유명 사립대에 다녀 '과외'를 할 수 있는 상민이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상민이는 대학에 온 첫 1년 동안 적응을 잘 못했다. 부모님과 떨어진 낯선 환경 탓도 컸지만 '서울 애들'과의 문화적 충격이 상당했다. 일단 옷차림은 물론 헤어스타일, 가방, 신발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달랐다. 처음 접하는 수많은 브랜드 이름을 외워 '아는 척' 하기도 벅찼다. 게다가 조모임이라도 할라치면 스타벅스 같은 곳에 가서 3000~5000원 짜리 커피를 마시는 것도 처음에는 무조건 따라했는데 나중에는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와 "난 됐어"라는 말이 입에 붙게 됐다.
2년이 거의 지난 지금 상민이는 밥값을 아끼기 위해 아침, 저녁을 무조건 하숙집에서 해결하는 짠돌이가 됐다. 한 달 21만 원짜리 고시원으로 옮겨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몸 축난다'는 부모님의 결사반대에 계속 하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학가 하숙촌이 '원룸촌'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원룸에서 '집주인 눈치 안 보고 사는' 친구들이 부럽긴 하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하고, 자취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하숙에 만족하고 있다.
'다니는 학원은 없느냐'고 물었다. 상민이는 "아직은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금은 등록금을 정부보증 학자금 융자로 해결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공부하라'며 한 달에 30만 원씩 용돈을 줄 수 있어 형편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빠듯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상민이는 1학년 때 학점이 3.0도 안 됐고, 2학년 때 그나마 3.2점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친구들 학점 보면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다. 상민이는 "군대 갔다 오면 학원도 다니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상민이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공부를 계속(대학원, 유학)해서 교수가 되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대기업에 취직하게 되지 않겠냐"고 막연하게 말했다.
"대학원? 집에 돈 있니?"
위에서 살펴 본 두 사례는 '요즘 대학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런 분위기만큼은 이미 대학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지방 출신으로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오미연(25. 여. 가명) 씨는 취직 전 대학원 시험을 봤다가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면접시험을 보는데 교수가 '가정 형편'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오 씨는 "기분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교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 교수는 "열심히 가르쳐 놨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취직한다고 중간에 나가버리면 교수나 대학으로서는 손해"라며 "박사까지 맘 편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집에서 뒷바라질 해 줄 수 있는 학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IMF 이후에 대학 사회가 급속히 고시학원화, 취업학원화 되고 있다'는 지적은 우려를 넘어 현실화 된지 오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사교육비 감당 능력에 따른 취업경쟁력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가 체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 단계인 대학생활부터 경제적 배경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좋은 대학 가서 졸업장만 따면 된다'는 사회풍조가 중고등학교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낳았다. 그러나 이제 졸업장이 인생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물 건너갔고 유래 없는 대학생 사교육 시장의 활황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일선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과 공부는 뒷전인 채 학생들이 취업공부에만 매달리다보니 대학이 취업학원화돼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사회로의 첫 발'인 대학 초년 시절부터 '돈' 때문에 좌절감을 경험한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고시도 돈 없으면 못 합니다"
과거 '수직 신분 상승'의 문이었던 '고시'도 이제 저소득층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과거 고시생 하면 1평짜리 쪽방 고시원에서 책을 천장까지 쌓아놓고 공부하거나 절 같은 곳에 들어가 독학 하는 모습이 연상됐지만, 지금은 충분한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2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직장에 취직한 김동훈(29. 남. 가명) 씨는 "신림동에서 2년 동안 빚내 쓴 돈을 갚느라 정신이 없다"고 푸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원룸텔' 월세가 보증금 없이 한 달에 50만 원이고, 주변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밥을 먹는데 15만 원, 학원 수강료가 한 달 평균 30만 원이다. 친구들 안 만나 술값 등 여가비를 아껴도 책값에 휴대전화 요금 등 이런 저런 생활비를 감안하면 한 달에 못해도 100만~120만 원은 들여야 고시공부도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 때 집에서 보조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빚만 2000만 원을 지게 됐다.
김 씨는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더 싼 집에 살면서 더 돈을 적게 들여 공부할 수도 있지만, 학원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노력조차 아까워 학원 옆에 산다"며 "남들은 한 달에 50~60만 원씩 주고 사법연수원생한테 과외도 받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과외는 못 받을 지언정 이만큼도 안 쓰면 남보다 돈을 덜 써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남들 하는 건 다 해야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표한 2004년 사법연수원생 4352명의 출신고등학교 분석 결과,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등학교 출신이 전체의 1/10을 차지할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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