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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7 19:34

논리의 오류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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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에서 가치의 충돌도 많이 일어납니다. 클리앙은 그 중 최첨단에 서 있는 사이트일텐데요, 새소식 게시판에만 봐도 거의 실시간으로 토론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요.

근데 하나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인터넷 토론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흐르기보다는 비합리적이고 인신공격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주범중 하나가 바로 오류(fallacy)입니다. 논리학에서 오류는 "타당한 것 같지만 타당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타당해보이기 때문에 논의자는 자신이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요. 그러면 토론은 이상하게 변질됩니다.

여러가지 대표적인 오류들을 소개하겠지만, 그 오류의 명칭이나 특성 등등은 논리학자마다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이런 것이 있구나하고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류는 형식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그 내용이 참이냐 거짓이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래에서 나오는 예들도 제 생각/사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
말 그대로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자면, '많은 사람들은 삼성이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삼성은 부도덕한 집단이다.' 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삼성이 부도덕하냐 아니냐와 별개로, 저런 형식을 갖춘 논증은 오류입니다.

2)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논의자의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돈이 없어서 장학금 타야하고, 그러니 A+를 받아야 합니다." 와 같은 논증입니다.
그러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에도 예외는 있는데, 이를테면 아프리카의 굶어가는 아이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여러분 기부하세요!' 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 경우는, 일단 선한 목적이고, 사진이 기부와 어떤 논리적인 연결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오류가 아닙니다.

3) 훈제 청어의 오류(Red herring)
이름이 굉장히 뜬금없는데요;; 훈제 청어 오류는 실제 논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집어넣어서 혼란을 일으키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주의 돌리기 오류'라고도 하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삼성은 부도덕한 집단이야. 왜냐하면 총수 일가가 부패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삼성이 선도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 이 경우 삼성의 도덕성 문제에서 반도체 산업으로 뜬금없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4)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
허수아비 논증은 말 그대로 '허수아비를 세우는' 논증을 의미합니다. 의도적으로 자신과 반대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의 의견을 왜곡하여, 반대자의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그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 오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동조할 수도 있습니다.
A: 심각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여전히 우리나라에 필요한 기업입니다. 
B: 그러면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으로 만들자는 말입니까? -> A의 주장에 대한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C: 저런 못된 놈이 있나!
  
5) 인신공격의 오류
이건 뭐 다들 잘 아시는거죠?
A: 저기..
B: 못생긴 놈은 그냥 조용히 해. 
  
6) 환경을 공격하는 오류
반대자의 '환경'을 공격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드는게 더 빠를 것 같아요.
A: 아이폰은 훌륭한 핸드폰입니다. 왜냐하면..
B: 당신은 애플 직원 아닙니까? 당신 말은 틀렸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공격하는 오류가 성립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핸드폰을 뭘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애플 직원이 나와서 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던가, 법정에서 "이 사람은 무죄입니다. 제가 봤습니다." 라고 말하는 증인이 사실 가해자의 친한 친구라던가 하는 문제일 때 그렇습니다. 결국 근거를 잘 따져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7) 피장파장의 오류
A: 공부좀 해라.
B: 넌 했냐? 그러니까 난 안해도 돼.

8) 우물에 독타기 오류
이 오류는 아예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없애는 오류입니다. 
A: 신은 존재합니다. 전 신학박사니까 적어도 같은 급수는 되는 분들이 반론을 하세요.
B(신학석사): 아...

9) 힘에 호소하는 오류
A: 공부해라. 아니면 맞든가.
B: 엄마, 엄마는 지금 힘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A: 따라와라.
B: 네..

10) Non Sequitur
마땅한 번역어가 없는데.. 라틴어로 '따라나오지 않는' 을 의미합니다. 즉 전제와 결론이 너무 먼 논증입니다.
A: 네가 지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서울대를 가지 못할거고, 서울대를 가지 못하면, 서울대 학사학위가 없을테고, 서울대 학사학위가 없다면, 아주 좋은 곳에 취직을 하지 못할테고, 아주 좋은 곳에 취직을 하지 못한다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할테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면 네 자식의 교육비를 낼 수 없을테고, 그렇다면 네 자식은 서울대를 가지 못할거고..... 결국 그래서 네 인생은 실패할 거다. 그러니까 공부해라.

11)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반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참이라는 오류입니다. 대표적으로 신의 존재증명이 있습니다.
A: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B: 아니. 
A: 봐봐! 신은 있다니까.
 
근데 이 논리는 반대로도 성립 가능합니다.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군가가 증명을 해야하는데, 그 증명은 증명이 쉬운 쪽이 해야합니다. 
A: 아이폰 안에는 이상한 코드가 있어.
B: 그런거 없어 임마;;
A: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B: 어?
A: 봐봐. 있다니까. 
B: 그럼 증명해봐.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걸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의 모든 기능과 모든 어플들을 다 살펴봐야 하잖아. 니가 더 쉬우니까 증명해봐.
A: 어.... 그게..
 
12)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전혀 상관이 없는 권위를 끌어들여서 결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오류입니다.
A: 이 정수기는 무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이신 XXX 선생이 추천하신 제품입니다! 얼마나 훌륭하겠어요?
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면 상관없습니다.
A: 이 골프채는 프로골퍼 XXX가 추천한 제품이지요. 좋은 제품입니다. 

13) 거짓 원인의 오류
말 그대로 원인과 결과가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결하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이 오류의 대표가 바로 오비이락(烏飛梨落)입니다.
A: 내가 놀라운 이론을 발견했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출산률이 꾸준히 증가하니까, 2005년부터 꽁치 어획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출산률과 꽁치 어획량은 반비례 관계인 것 같다. 
B: 오...

14)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아주 유명한 오류이지요. 몇몇 개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전체 개체의 일반적인 성향을 판단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그 '몇몇 개체'가 과연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지요.
A: 내가 만나본 클리앙 사람들은 다 애플을 좋아하더라고. 아마 클리앙 사람들은 다 애플을 좋아하나봐.
 
15) 우연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정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체 개체의 일반적인 성향으로 개별 개체의 성향을 확정지으려는 오류입니다.
A: 클리앙 사람들은 대체로 전자기계가 많으니까, 지금 만나러가는 사람도 전자기계가 많겠지!

16) 복합 질문의 오류
질문 안에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넣어놓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A: 오빠, 어제 다른 여자 만나서 모텔 갔지? 
B: 모텔 안 갔어 임마!
A: 만나긴 했나봐?
이런 경우에 '넌 복합 질문의 오류를 저질렀다 이 자식아!' 라고 한다면 큰일이 나겠죠.

17)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증명해야할 문제를 이미 참이라고 가정해버리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순환논법도 이 오류에 속하지요. 
A: 신은 존재해.
B: 왜?
A: 존재하니까 존재하는거지 뭘 더 바라냐? -> 신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로 요약됩니다.

18) 강조의 오류
특정한 것을 강조 또는 은폐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오류를 의미합니다.
A: 이 카페에서 그 여자랑 놀았지?
B: '이 카페' 아니고, '그 여자'도 아니야. -> 다른 카페에서 다른 여자랑은 놀았을 수 있지만, 놀지 않았다는 쪽으로 몰아가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A: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19) 결합의 오류
특정 개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개체의 그룹의 특성을 판단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구분되는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그 개체가 해당하는 개념(즉 여러 사람을 통해 인간을 판단한다던지, 우리집 고양이를 통해 고양이라는 전체 개념을 판단한다던지)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이건 그 개체가 속한 그룹을 의미합니다.
A: 저 팀 보니까 선수들이 구리네. 아마 저 팀은 좋은 팀이 아니겠지. -> 선수라는 개체로 그 그룹인 팀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이렇게 결합할 수 있습니다.
A: 안상수는 멍청하니까, 한나라당 국회의원(안상수가 해당하는 개념 전체)들은 다 멍청할거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다 멍청하니까, 한나라당도 멍청하겠지. (결합의 오류) 

20) 분해의 오류
결합의 오류 반대입니다. 그룹 전체로 그 일부분에 해당하는 개체를 판단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A: 국회는 비리로 찌들었어. 그러니까 저 국회의원도 비리로 찌들었겠지. 
만약에
A: 국회의원들은 비리로 찌들었어. 그러니까 저 국회의원도 비리로 찌들었겠지.
이 경우는 우연의 오류에 속합니다.

논리에 대한 더 자세한(그러나 전문적이지는 않은) 공부는 김광수, <<논리와 비판적 사고>> 나 Irving M. Copi, Carl Cohen 외, <<Introduction to Logic>> 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오류가 어떤 오류인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죠.

[출처]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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