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을 보면 안대를 찬 애꾸눈이 많다. 전투를 많이 해야 하니 칼 싸움을 하다가 다쳤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히 화살을 맞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해적들은 안대를 찬 경우가 많다. 그러면 왜 차고 있는 것일까? 칼 싸움에서 다친 상처 때문은 결코 아니다. 아마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칼 싸움으로 다쳤다면 90% 이상이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다.
해적들은 급박한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적들과 자주 마주쳐야 한다. 그리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 상대가 수탈 대상이 되는 상선이든, 아니면 서로 묻고 뜯어야 하는 같은 해적선이든 간에 말이다.
미국 오레곤의 퍼시픽 대학 시각기능연구소의 짐 시디(Jim Sheedy) 소장은 해적들이 애꾸가 많은 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상당히 타당성이 있고 납득할 만한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시디 소장은 "해적들은 갑자기 전투가 벌어지면 어두운 갑판 밑과 밝은 갑판 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쪽 눈을 어둠에 적응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안대를 찼다"고 주장한다.
어둠 속에서 눈이 적응하는 데 25분 걸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안대를 차는 애꾸눈 해적들은 그렇지 않은 해적들보다 더 똑똑한 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이라는 주변 환경에 적응을 잘한 해적들이기 때문이다.
전투가 벌어져서 갑판 밑으로 내려가야 할 경우 안대를 찬 해적은 안대를 올리고 곧바로 어둠에 적응할 수 있다. 깜깜한 장소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 걸리는 25분을 절약하고 곧장 전투에 뛰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전투에서 25분은 아주 긴 시간이다.
따라서 해적들은 옛날부터 안대를 많이 찼다. 그러나 훗날 우리들은 동화나 그림, 그리고 소설과 영화 등을 보면서 해적들이 싸움을 하다가 다쳐 한쪽 눈을 잃은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다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빛과 눈이라는 명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보물섬'의 해적선 선장 잭은 상당히 지혜로운 선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