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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참사가 일어나 버렸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던 1995년 6월, 도쿄의 어머니가 갑자기 "괜찮냐? 위험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걸어오셨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 기억이 난다. 20년 지나서 이젠 한국도 그런 대규모 사고는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흘러넘치는 한국 언론 보도를 도쿄에서 정리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선장이나 선원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고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같다. 일본 언론도 선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인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 행동에는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굳이 묻고 싶다. 한국 사회는 또 이번에도 선장 혼자에게 욕설을 퍼부어서 빨리 잊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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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P

기억이 난 사고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일본 오사카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8분, 만원의 통근 전철이 오사카로 가는 길에 커브를 틀지 못하고 아파트에 충돌해,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다. 대학 입학식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여대생들, 아이 4명의 아버지...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학교나 회사로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부서진 차량 안에서 피해자를 구출하는데 며칠이 걸렸다. 세월호 사고처럼 초조해하면서 구출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을 찾아다닌 날들이 떠오른다.

전철은 23세의 남성 운전기사가 운전했고, 직접 원인은 과속이었다. 운전기사는 과거에도 실수를 잇따라 저질러 재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실수를 연발해 도착 시간 지연을 만회하려고 서둘렀던 것 같았다. 더 이상 실수가 드러나면 운전기사에서 강등될까 봐 두려워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운전기사도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그러한 배경을 캤다.

그러나 "미숙한 운전사 한 명 탓이다" 식의 비난은 언론도 일본 사회도 퍼붓지 않았다. 그렇게 힐책하는 유족들이나 생존자, 철도회사 사원은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큰 소리가 아니었다. 초점은 "왜 운전기사는 그런 상황에 몰렸을까?"로 압축됐다.

그것은 아마, 적지 않은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누군가가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사고의 교훈을 재발 방지에 살리길 바란다. 아니면 희생이 쓸모 없게 돼 버린다"고 원했고 사회도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운전기사에게 책임을 돌려 결국 국철에서 분할 민영화된 철도회사나 행정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했던 것이다.

유족들은 단합해서 사고를 일으킨 철도회사와 재발 방지책, 피해자 보상 등을 끈질기게 교섭했다. 철도회사는 승무원의 안전 교육에 힘을 쓰게 됐고 재교육 제도가 징벌적 성격이 너무 강해서 운전기사에게 압박을 준다고 비판 받자 더욱 실천적인 커리큘럼으로 바꿨다. 도착 시간을 중시하는 철도 운행 시간표가 운전기사에게 압박이 된다고 지적 받자 도착 시간도 늦췄다. 정부는 사고 현장을 비롯해 전국의 급커브에 속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안전 장치를 설치했고, 원래 국토교통성 기관이었던 사고조사위원회도 보다 독립성이 높은 '운수안전위원회'로 강화됐다.

이번 사고의 선원들은 어떨까. 승객 목숨보다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도망쳤다면 선원들은 직업에 자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상 안전을 맡겨야 하는 상황은 구조적으로 건전한가? 그런 사람들에게 승객 안전 훈련이나 책임감 교육을 하는 것을 작은 해운 회사만 책임져야 할까? 선장은 1년 단위의 비정규 직원이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승객 안전에 책임질 만한 대접인가. 도대체 선장은 자랑스러운 직업으로서 사회에서 인정 받고 있을까?

엉터리 건물을 지어 붕괴시킨 백화점 회장, 지하철에 불을 지른 미친 남자... 사회가 악인을 만들기는 쉽다. 특히 수사기관은 유족의 한을 풀기 위해 악인을 찾아내고, 때로는 억지로 만들어내고 나름대로의 '정의'로 철저히 문책한다. 물론 책임 있는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악인을 규탄하는 재판에서 업계의 구조적 착취 구조나, 승무원의 안전 교육을 게을리하는 업계 구조, 행정기관의 책임 등 배경 요인 규명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책임 추궁과는 일단 상관없기 때문이다. 사법 절차와는 별도로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 독립성 높은 사고 조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쁜 놈을 교도소로 보내고 사건은 잊힌다. 사회는 사고의 교훈을 일시적으로 공유할 뿐 또 사고가 되풀이된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를 대부분 사람들이 잊어버렸듯이.

선장, 선원, 해운사만이 아니라 법규와 정부기관의 책임을 검증하려는 보도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를 "살인 같은 행태"라 비판했다는데 선장을 화풀이 틀로만 소비하지 말고 정말 악마와 오래 시간을 걸쳐 싸워야 할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가족의 생환을 바라는 사람들,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들, 혹은 텔레비전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모든 한국인도 지금은 그런 정신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잃어버린 수많은 젊은 목숨을 위해 재발 방지에 힘써주길 바란다.

후쿠치야마선 사고가 발생한 지 4월 25일로 9년이 된다. 올해도 위령식이 열리고 현장을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도 매년처럼 사고 현장을 찾아갈 계획이다.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2014/04/23/story_n_51898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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