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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4 19:01

프로그래머의 윤리학 / 임백준

조회 수 76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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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틴 파울러는 2010년 열린 어느 콘퍼런스에서 ‘도구와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을 다룬 내용이었다.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었지만 파울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서 강의를 들었다. 그 이후로 파울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반복했다.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고투(GOTO)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그저 코드 멍키가 아니라고’(Not Just CodeMonkeys)는 강연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보기에 좋다. 파울러는 이 강연에서 컴퓨터 사용자를 속여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물건을 사도록 만들거나, 보험에 들게 만들거나,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일체의 인터페이스를 묶어서 다크패턴(dark patterns)이라고 불렀다.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피싱이나 악성코드도 다크패턴에 속한다.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 ‘사기’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다크패턴도 사기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며, 누군가 정성스럽게 고민을 해서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파울러가 주장하는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다크패턴이라는 형태의 사기는 양심을 팔아먹은 프로그래머가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윤리학이 의미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파울러로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학자들의 모임인 컴퓨팅기계협회(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서는 일찍이 ‘소프트웨어 윤리코드와 직업적 관행’이라는 규약을 정해서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두 명의 독일 프로그래머를 중심으로 ‘책임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이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동료 프로그래머들의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선언에서 흥미로운 항목은 첫번째인 “나는 내 결정에 대해서 윤리적 책임을 지며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와 두번째인 “인권과 시민적 자유를 해치는 소프트웨어는 개발하지 않는다”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창일 때의 이야기다.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함께 진행을 하고 있던 친구가 한국에서 메르스 정보를 가장한 문자메시지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걸 클릭하면 곧바로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진심으로 못된 사람들이라고 느꼈고 방송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이용해서 악성코드를 전염시키는 행태는 다크패턴 중에서도 가장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킹팀 사건이 드러나기 전이라서 우리는 그것이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다크패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설령 감청을 해도 좋을 만한 대상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다고 해도, 메르스를 이용한 다크패턴은 윤리적으로 저질이다. 그런 코드를 작성한 프로그래머는 “공공의 이익”이나 “윤리적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파울러가 말하는 프로그래머 윤리의 핵심은 다크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것을 개발해 달라는 주문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양심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모르고 개발”했다는 변명은 성립하지 않으며, 알고 개발하거나 아니면 알기 때문에 개발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윤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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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2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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