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자취하는 원룸은 확실히 배려 없는 공간이다. 서너 걸음으로 동선이 해결되기에 변기가 막히면 역한 냄새가 먹고 자는 공간으로 날아든다. 게다가 벽 너머의 소음과 반지하라는 위치 덕에 늘 긴장 상태다. 자취생에게 가장 배려 깊은 공간은 카페, 특히 스타벅스다. 어느 지점을 가든 하이톤의 점원이 세심하게 커피 취향을 배려해준다. 덕분에 나는 그냥 커피가 아닌 저지방 우유를 넣은 카페모카를 시킨다. 또한 그곳은 누구나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민주적인 공간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도, 거대한 체격 덕에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남자도 모두 같은 공간에 있다. 과장을 보태자면 5000원가량을 지불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와 배려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공간이었다. 노숙자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곳에서 자원 활동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일찍 강의실에 도착한 탓에 인근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창문 너머로 함께 수업을 듣는 노숙자분이 보였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데 웬걸, 못 본 척 지나간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한다. “나는 원래 거기 지나갈 때 잘 안 쳐다보고 지나가서 아는 척을 하는 게 민망했어.” 사실 그 스타벅스의 건너편은 무료급식소가 있는 노숙자 ‘게토’였다. 오직 밥을 먹기 위해 기나긴 줄을 서는 사람에게 스타벅스는 가깝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배려다. 돈만 내면 누구나 똑같은 배려를 받지만 돈을 내지 않은 자는 배려를 받을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 속에서 배려와 배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원룸에서 배제당한 나는 카페에서 알량한 배려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배제당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까.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에 등장하는 전자상가는 40여년의 세월과 함께 사람들 저마다의 삶이 스며든 소우주다. 특히나 오무사라는 전구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오무사에서는 전구를 몇개 사든 한개씩 더 넣어준다. 가지고 가는 길에 전구가 깨지거나 불량품이 있을 수도 있음을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인 배려의 공간은 전자상가가 철거되면서 사라진다.

 

이처럼 사라진 공간은 늘 그래왔듯이 스타벅스와 같은 자본주의적 배려의 공간으로 대체될 것이다. 언제 배제될지 모른다는 감각을 잊고자 나는 스타벅스로 향해 기꺼이 내 소비능력을 확인한다. 나를 회피하던 노숙자분의 눈빛이 사실은 원룸에서의 내 눈빛과 같은 종류임을 알면서도. 나의 자유와 민주주의와 배려가 그 공간을 떠나는 순간 덧없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이우연 인천 부평구 산곡2동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15568.html

?

  1. 상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작 본인의 단점은 모르고 남의 단점 만을 미워하다가 나중에 깨닫는 느낌? 상대방의 지퍼를 발견하고는 열어보고 화들짝 놀랐는데.. 그러다가 본인도 지퍼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함.. 하지만, 아직도 본인의 지퍼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방 모습만을 비난하...
    Date2022.12.15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79
    Read More
  2. 국정 국사교과서 수준보소

    참조 문헌이 일베, 블로그... 차라리 나우위키에서 퍼오는게 더 나을 듯.. [출처] http://www.ddanzi.com/free/96047952
    Date2016.05.1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80
    Read More
  3. 주어진 삶에 대처하는 자세

    한 가정에 두 명의 형제가 있었다. 형제의 아버지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형제의 집에는 술 취한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고함, 그런 어머니를 향해 퍼붓는 아버지의 주사. 그리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하루를 버텨가는 형제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그...
    Date2015.08.02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82
    Read More
  4. 누나와 앵무새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누워 계신지 몇 해가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진 뒤 우리 남매를 불러 앉혔습니다. 마치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Date2015.08.02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88
    Read More
  5.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 저녁 9시에서 11시사이쯤에 벌어지는 일

    완전 맞음 ㅋㄷ
    Date2015.03.2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93
    Read More
  6. 당신은 오늘 몇번째 계단까지 올라가셨나요 ?

    질문: 오늘 몇번째 계단까지 올라가셨나요 계단: 밑에서부터 안 할래>못 해>하고 싶다>어떻게 하지?>해봐야겠다>할 수 있어>할거야> 해냈어
    Date2015.07.09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94
    Read More
  7. 장강명 <표백> 일부 발췌

    "저는요, 젊은이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H그룹 인사부 선배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도전정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았다. "요즘 학생들 보면 이렇게들 패기가 없어서야 참 걱정이다 싶을 때가 있어. ...
    Date2016.05.1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396
    Read More
  8. No Image

    자전거 타는 법 잃어버리기 (To forget how to ride a bicycle)

    # To forget how to ride a bicycle 제목보다 훨씬 더 심오한 무엇인가가 담겨 있습니다. 지식과 이해, 편견과 고정관념 등에 대한 고찰이 대단하네요 video 태그가 지원되지 않는 브라우저 입니다. document.getElementById("video_id").play();
    Date2015.12.09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04
    Read More
  9. 김국진 인성

    이러니까 하는 사업마다 망하지.. 다 퍼주니까 ㅋㅋ;; # 당시 처음 보는 고향 후배 박수홍에게 등록금 빌려줌 그리고 정작 본인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 ㅠㅠ; # 김용만이 프로그램 많이 말아먹고 힘들어 하자, 본인이 받은 계약금을 주면서 달래줌 # 김...
    Date2015.11.11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05
    Read More
  10. 여름에 물놀이 하면 안될 이유

    알고 있었지만 숫자로 표현해주니 대박.. 수영장 물은 염소로 소독하는데.. 염소가 땀,소변,대변과 반응하면 해로운 산염화질소 생성 수영장의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그것. (알레르기성 천식, 호흡곤란 증상 유발) 깨끗한 수영장 소독 물에서는 아무런 냄...
    Date2016.06.16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08
    Read More
  11. 마이크로소프트(MS) 입사 면접 마지막 문제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단순한 문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면접 시험에 낸 이 문제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인도의 프래샨트 바그디아라는 남성은 “친구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서 입사 면접시험을 치르던 도중 마지막 문제를 ...
    Date2016.05.19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09
    Read More
  12.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유래와 한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 상황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규모 세일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연 ‘한국판 프라이데이’ 행사. 10월1일부터 2주일 동안 ‘한국판 블랙 프라...
    Date2015.09.30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10
    Read More
  13. 딩돈의 유스시절

    딩요가 처음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건 딩요가 13살이었고 그의 팀이 23대0으로 이겼을때다 딩요가 23골을 다넣었다
    Date2014.11.1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11
    Read More
  14.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딸이 웃는 모습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하은아, 넌 좋겠다.!! 사달라면 엄마 아빠가 다 사주니..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사주고 싶어도 못 사줬을 때.. 그 시절 부모님의 마음을 키우면서 조금씩 알아간다.
    Date2017.05.07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13
    Read More
  15. 담배값 인상의 진실

    Date2014.10.07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14
    Read More
  16. 막내를 가장 챙기는 이유

    부모님이 막내에게 관대한 이유.. <!-- 할아버지가 굉장히 엄하셨는데 막내인 고모가 가끔씩 술을 마시고 밤늦게 들어와서 자고 있으면 소죽을 끓이시며 숙아, 해장해야지 농담을 하실만큼 막내 고모 한테는 관대 하셨다. 이유를 어른이 되서야 알았다. 막내는...
    Date2015.04.18 CategoryFreeTalk Byhooni Views41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5 6 7 8 9 ... 55 Next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