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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18:01
신에 대한 길고 긴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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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자네는 크리스찬이지?
학생: 네, 교수님.
교수: 그래, 자네는 신을 믿는가?
학생: 물론입니다, 교수님.
교수: 신은 선한가?
학생: 그럼요.
교수: 신은 전능한가?
학생: 네.
교수: 내 동생은 신께 고쳐달라고 기도했지만 암으로 죽었네.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 아플 때 도와주려 하지. 하지만 신은 그러지 않았네. 이런데도 신이 선한가? 음?
(학생은 침묵한다.)
교수: 대답을 못하는군. 그럼 다시 묻지, 젊은이. 신은 선한가?
학생: 네.
교수: 그럼 사탄은 선한가?
학생: 아닙니다.
교수: 사탄은 어디서 태어났지?
학생: …하나님에게서 …부터지요.
(하나님은 루시퍼라는 천사를 만드셨다, 후에 타락하여 사탄이 된…)
교수: 그렇다네. 그러면 말해보게, 세상에 악이 있는가?
학생: 네.
교수: 악은 어디에나 있지, 그렇지 아니한가? 그리고 신은 모든것을 만들었지. 맞는가?
학생: 네.
교수: 그렇다면 악은 누가 만들었는가?
(학생은 대답하지 않는다.)
교수: 세상에는 아픔, 부도덕, 추함 등의 추악한 것들이 존재하지, 그렇지?
학생: 그렇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누가 그것들을 만들었나?
(학생은 대답하지 않는다.)
교수: 과학은 사람이 세상은 인지하는데 5가지 감각을 사용한다고 하지. 그렇다면 대답해보게 젊은이, 신을 본적이 있는가?
학생: 못 봤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학생: 아니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신을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도 없는가? 신을 어떠한 감각으로도 인지한 적이 있는가?
학생: 아니오, 없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런데도 아직 신을 믿나?
학생: 네.
교수: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신이 없다고 말하네. 자네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 저는 단지 믿음이 있을 뿐입니다.
교수: 그래, 믿음. 그게 과학이 가지지 못 한 것이지.
학생: 교수님, 세상에 열이란 것이 있습니까?
교수: 물론이지.
학생: 그러면 차가움이란 것도 있겠지요?
교수: 그렇다네.
학생: 아닙니다, 교수님. 그런 것은 없지요.
(강의실은 이 반전에 순간 적막이 흘렀다)
학생: 교수님, 많은 열, 더 많은 열, 초열, 백열, 아니면 아주 적은 열이나 열의 부재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움이란 것은 없지요. 영하 273도의 열의 부재 상태로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이하로 만들 수는 없지요. 차가움이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가움이란 단어는 단지 열의 부재를 나타낼 뿐이지 그것을 계량할 수는 없지요. 열은 에너지이지만, 차가움은 열의 반대가 아닙니다. 교수님. 그저 열의 부재일뿐이지요.
(강의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학생: 그렇다면 어둠은 어떻습니까, 교수님? 어둠이란 것이 존재하나요?
교수: 그렇지. 어둠이 없다면 밤이 도대체 왜 오는가?
학생: 그렇지 않습니다, 교수님. 어둠 역시 무엇인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지요. 아주 적은 빛, 보통 빛, 밝은 빛, 눈부신 빛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아무 빛도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둠이라 부르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둠이란 것은 없지요. 만약 있다면 어둠을 더 어둡게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럴 수 있나요?
교수: 그래, 요점이 뭔가, 젊은이?
학생: 교수님, 제 요점은 교수님이 잘못된 전제를 내리시고 있다는 겁니다.
교수: 잘못되었다고?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학생: 교수님, 교수님은 이분법적인 오류를 범하고 계십니다. 생명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선한 신이 있으면 악한 신이 있다는 논지이지요. 교수님은 하나님을 유한한, 우리가 측정 가능한 분이라 보고 계십니다.
교수님, 과학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조차 설명을 못합니다. 전기와 자기를 말하지만, 볼 수는 없지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물론이구요. 죽음을 생명의 반대로 보는 건 죽음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무지해서 그런 겁니다. 죽음은 생명의 반대가 아니라 단지 생명의 부재일뿐이지요. 교수님은 사람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가르치십니까?
교수: 자연 진화 과정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다네.
학생: 그렇다면, 진화의 과정을 눈으로 목격한 적이 있습니까, 교수님?
(교수는 논리가 성립되어감을 보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 아무도 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목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을 증명하지도 못했으니 교수님은 개인의 의견을 가르치시는 거 겠군요, 교수님. 마치 과학자가 아닌 연설가 처럼요.
(강의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학생: 이 강의실에 교수님의 뇌를 본 사람이 있나요?
(강의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여기에 교수님의 뇌를 듣거나,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이 있는 분에 계십니까? … 아무도 그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교수님의 뇌가 없다고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습니까?
(강의실은 고요했다. 교수는 심오한 표정으로 학생을 응시했다.)
교수: 사실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젊은이.
학생: 바로 그겁니다, 교수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믿음" 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생명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교수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교수의 시선에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교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교수: 무슨 일인가?
사티레브: 저는 사티레브(Satirev)입니다. 이 대학의 졸업생이죠.
교수: 그래, 왜 손을 들었는가?
사티레브: 저 돌아버린 학생과 그 학생을 인정하는 어떤 멍청한 남자 때문에 이 강의실을 나갈까 해서 말입니다.
(사티레브의 말에 교수와 학생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가 자신을 향해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수: 누구에 대한 불만인가. 나인가, 아니면 저 젊은이인가?
사티레브: 저 젊은이가 돌아버린 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교수님께서 이렇게 버벅 거릴 줄은 몰랐습니다.
학생: 제가 말한 것에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문제가 없는 게 뭐냐고 묻는 게 더 빠를 듯하군.
(사티레브는 강의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쉬었다. 학생과 사티레브는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사티레브: 자네는 전자기파에 대해서 언급했었지. 그럼 묻겠네, 자네는 분명 어떠한 감각기관으로도 신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지. 그리고 자네는 전자기와 신 모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자네는 어떻게 예시로 든 전자기파라는 것을 알고 논하는가? 전자기파도 믿는가? 퀄컴은 자네가 믿는 두 번째 신인가?
(사티레브의 말에 일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는, 그러나 실재하는 것이 있음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사티레브: 말장난이네. 우리의 오감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걸 지각할 수 없다네. 고래의 초저주파, 박쥐의 초음파 등이 그러하지. 그러면 우리가 지금 논하는 초저주파, 초음파는 모두 믿음의 결과물이겠네, 안 그런가?
(학생은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 우린 지각할 수 없는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시켜오고 있지. 들리지 않는 라디오 전파는 라디오 회로를 거쳐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뀐다네. 아, 자네는 라디오 전파도 믿는가? 어느 채널을 믿는가?
(강의실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티레브: 우린 자네가 지각 불가능하다고 내민 예시를 이미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지각하고 있지. 그래프로든 소리로든 간에.
(학생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신이 지각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건 괜찮은 접근이라네. 불가지론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과학으로도 관측되지 않는, 바로 그 절대자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과학으로 관측되지 않는 개체가 또 있다네.
학생: 천사 말입니까?
사티레브: 아니네. 바로 제우스라네.
(제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강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학생: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말씀하십니까?
사티레브: 아니라네. 그리스 경전의 제우스를 말하네. 자네에겐 그것이 신화일지 모르겠지만, 유대민족들이 믿던 신화에 비하면 그리스 경전은 더욱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예수의 희생도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야훼는 태초부터 존재하여 인간 세상에 오지랖이란 오지랖을 다 떨지만 제우스는 타이탄 신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네. 자네가 소위 성경이라 부르는 기독경은 제우스가 세상에 내린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라네. 그걸 연 자네는 그의 함정에 빠진 거라네.
학생: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집필자가 밝혀져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이것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티레브: 느낄 수 없다는 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라네. 교묘한 함정은 토끼가 전혀 느낄 수 없게 짜여있다네.
학생: 기존의 상식을 깨는 주장이군요.
사티레브: 반증이 가능한가? 나는 제우스와 믿음으로 관계하고 있다네.
(학생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판 논리의 함정에 빠졌음을 안 그는 당혹감을 느꼈다.)
사티레브: 그리고 제우스는 자네 같은 크리스찬들을 전부 타르타로스에 넣을 것이라 하였네. 가짜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학생: 그런 구절은 그리스 신… 경전에 없을 텐데요.
사티레브: 나와 제우스는 책이 아닌 믿음으로 관계한다네. 자네들이 성령이라 부르는, 그런 것과 비슷한 개념이 나에게 진리를 속삭인다네. 다만 나에게 온 성령은 자네의 성령과는 이름이 다르다네. 그리스령이라고 하지.
교수: 성령이라는 걸 자네가 입증할 수 있나?
사티레브: 자기 머리에 뇌가 있는지도 장담 못하는 교수님이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그리스령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마 교수님은 X레이나 MRI로 머리를 찍어본다면, 인화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5번씩 기도하겠죠?
(교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왔으나 교수가 그쪽을 바라보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사티레브: 장난은 그만하도록 하지. 제우스 하나에 쩔쩔매는 주제에 시바(Shiva),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등은 어떻게 상대할 건가. 자네가 펴는 그 알량한 논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네. 심지어 야훼를 뜯어먹는 전설의 코요테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
학생: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입니다.
사티레브: 자네들이 소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비하면 아주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옥이니 심판이니 하며.
학생: 좋습니다. 제 논리가 악용될 여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논리 자체에서는 모순점을 찾지 못하신 것 같군요.
(사티레브는 크게 웃었다.)
사티레브: 지금, 자네는 자네의 논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좋아, 그럼 자네가 언급한 걸 이야기해보지. 자네는 진화를 부정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학생: 창조를 전 믿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누구도 진화하는 과정을 본 적 없으며, 그건 단순히 이론에 불과합니다.
사티레브: 단순히 이론? 허… 자네가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화하는 과정이 관측되지 않아서겠네, 자네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화석이 있지 않은가?
학생: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기에 화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싱링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학생의 말에 사티레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의실 왼쪽의 학생들도 입에 웃음을 머금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자네는 내가 아기에서 지금의 성인의 몸으로 성장했다고 보는가?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자네가 내 성장과정을 관찰했나?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랬을 수도 있지 않은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수는 민망함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학생: 사진이 있을 것 아닙니까?
사티레브: 물론이라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이 있지. 나머지 사진들은 애석하게도 집에 화재가 일어나서 잃었다네. 하지만 나의 성장을 말하기엔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 많은 화석도 충분치 않은 자네가 5장 밖에 안 되는 내 사진으로 나의 성장을 장담할 수 있겠나. 물론 내 사진이 백 장 넘게 있다고 해도, 자네에겐 하염없이 부족하겠지. 미싱링크라는 말, 들어봤나?
학생: 사티레브 씨에게 미싱링크가 있단 말입니까?
사티레브: 그렇다네. 난 태어나자마자 제니퍼 로페즈의 몸으로 살았다네. 그러다가 헤라 여신의 시샘으로 인해 지금의 평범한 몸이 되어버렸지.
(학생은 할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의 말장난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그게 자신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그는 땀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티레브: 당황스러울 거네. 난 자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해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네. 자네의 논리대로라면 난 제우스를 숭배하며 번개 걱정 없이 비오는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남들에게 제니퍼 로페즈 시절을 자랑할 수 있지. 자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망상을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버렸네.
학생: …
사티레브: 진화론은 양상이라네. 태초의 생명체를 설명하는 게 진화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네. 함수로 보자면, x값이 0일 때의 y값을 찾는 게 진화론이라는 학문이 아니네. 우린 x값에 따른 y값의 변화 양상을 진화라 명명하고 그걸 연구할 뿐이네. 화석이 부족해서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수천 개의 점을 구해놓고도 그래프 하나 못 그리는 순수한 중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네.
(학생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학생: 그러면 열, 빛에 관한 제 의견도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당연하지. 선한 신, 악한 신에 대한 것 말인가? 자네는 열과 차가움, 빛과 어둠의 예시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저 교수를 눌러보려 했지. 하지만 선과 악은 분명 따로 존재한다네. 선이 약하면 악이 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걸세.
학생: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티레브: 애초에 이해를 했다면 그런 멍청한 발언은 꺼내지도 않았겠지. 예를 들어봄세. 자네가 빅맥을 먹고 싶은 데 50센트가 부족하다고 해보자. 만약 내가 자네에게 50센트를 준다면, 나는 선한가?
학생: 선합니다.
사티레브: 그럼 내가 자네에게 1센트를 준다면?
학생: 마찬가지로 선합니다.
사티레브: 내가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면?
(학생은 망설였다.)
사티레브: 선하지 않지. 그러나 이게 악한 건 아니라네. 내가 자네의 1센트를 뺏는다면, 그건 악한 행동이겠지. 열의 부재가 차가움이라고 했지만, 선의 부재는 악이 아니라네. 선도 악도 아닌 그 중간적인 것이 자네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네에게 50센트를 주지도, 빼앗지도 않는 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네. 이런데도 선의 부재를 악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사티레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교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티레브: 정리하지. 자네는 선과 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다시는 나와 볼 일 없을 저 교수를 함정에 빠뜨렸고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을 관측의 부족으로 보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네. 신이 오감으로 지각되지 않는 대상이라며 이미 상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전자기파를 예시로 들고 나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사티레브는 학생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거증책임은 자네에게 있다네. 신이 있냐고 질문한 건 교수라네. 그럼 자네는 교수가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에 상관없이 신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어야 하네. 결국 자네가 말한 것들 중 신이 있다는 증거 또는 논리를 내포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자네는 고작 교수의 말에 말도 안 되는 답을 해놓고서 결국엔 믿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 자네는 신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함을 밝힌 꼴이 되었지.
(학생은 답을 하지 못했다.)
사티레브: 천하의 교수가 저 정도인데, 갓 유치원에 입학한, 또는 갓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얼마나 자네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겠는가. 허나 언제나 그러하듯 자네들의 말은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네. 자, 이제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어디서 끌어올 건가?
학생: 성경이 있습니다.
사티레브: 자네, 아까 그리스 경전의 그리스령이 한 말을 잊었나? 판도라의 상자라니까. 반증할 수 있는가?
(사티레브는 웃으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와 학생을 힐끗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만이 남았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가던 중 한 학생이 사티레브를 잡았다)
학생2 : 네가 지금 죽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내가 너를 죽여주면 나는 선한가? 악한가?
(사티레브는 어리둥절했다)
학생2 : 선하지 않지. 그러나 이게 악한 건 아니라네.
사티레브 : 무슨 소리지?
학생2 : 너는 하나님의 지혜를 무모하게 인간의 뇌로 측량하려 했으니 입으로 망할 것이다.
사티레브 : 하고싶은 말이 뭐지?
학생2 : 네가 지금 하나님의 능력을 시험하였다. 그렇다고 선하신 하나님께서 너를 죽여버리면 그분은 선한가 악한가?
(사티레브가 침묵했다)
사티레브 : 답할 수 없다.
학생 2 : 성경에도 너와같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시험하는 자가 있었다. 네가 이 말에 답할 수 없다면 그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 더이상 네게 답할 가치가없다.
사티레브 : 좋아 악하다고하지.
학생2 : 나는 야곱의 하나님 다윗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믿는다. 그리고 그 분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너를 죽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 분은 선한가?
사티레브 : 그게 어떻게 선인가?
학생2 : 너는 신에게 인간의 지혜로 신의 지혜를 이기려했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신을 이긴것인가?
사티레브 : 무슨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학생2 : 판도라의 상자라 예를 들었던 성경의 내용은 꾸준히 증거되고있다. 그렇다면 성경의 내용이 옳지 않다는 것을 너의 입으로 증명해보라.
(사티레브가 침묵했다)
학생2 : 너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하여 믿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정확하지않지만
보이는 것을 원하는가? 주께서 모세에게 10계명을 주러 시나이산에 올랐을때
모세가 이끄는 무리는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다하여 금을 모아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었다.
너도 그러한가?
사티레브 : 무슨 말인가?
학생2 : 너는 보이지않는다하여 믿지않았고 보인다하면 믿었다. 성경을 믿지않고 지혜를 믿었다.
사티레브 : 초등학생인가? 대체 무슨말인가!
학생2 : 나는 성경으로 너에게 하나님을 증거하려한다.
사티레브 : 증거해보아라.
학생2: 그러나 너는 내가 말하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며 사실이라 해도 보이지 않는다하여 무시할것이다.
학생2: 아까 미싱링크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 아까 그 학생은 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지 못했다. 하지만 너의 성장과정은 너의 인척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증거가능한 것이다.
사티레브 : 그렇다.
학생2 : 그런데 너는 어찌 진화론에 성장과정을 비유하느냐?
학생2 : 인간의 성장과정을 지켜본건 하나님이고 그 하나님이 너에게 들려주는 말씀이 성경이다.
사티레브 : 성경은 판도라의 상자다. 반증할 것이 있는가?
학생2 : 어느 기사에서 최근 천문학자들이 베들레헴의 별의 정체에 대해 혜성, 폭발별, 행성무리, 신의 기적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으나 어느 것에대해 사실 혹은 오류여부가 입증된 것이없다.
이와같이 네가 말하는 주님의 말씀에 틀린 것이 지금까지도 입증된게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학생2 : 네가 하나님의 지혜를 무모한 인간의 지혜로 측량하려 하였으나 너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나에게 지혜를 주신줄 믿는다. 방금 그 학생이 신이 존재하는 걸 증명하진 못했으나 네가 신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다. 나는 성경을 통해 얼마든지 증명해줄수있다.
(학생이 존경의 눈길을 받았다.)
(어디선가 박장대소와 박수소리가 들렸다.)
학생2 : 뭐하는 짓인가?
베리타스 : (학생의 말을 무시하고) 사티레브, 이거 실망인데.
학생2 :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베리타스 : 아, 미안하네. 내 친구 사티레브가 이런 초등학생 수준의 억지섞인 궤변에 놀아나다니 우스워서 그러네.
학생2 : 내 논리에 문제가 있나?
베리타스 :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녹음을 해둘걸 그랬군. 네 말을 직접들어보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니.
학생2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거했다.
베리타스 : 벌써 하나를 까발렸군! 성경이란건 하나님이라는 작자가 직접썼나? 손으로썼나? 발로썼나?
학생2 : 무례하다! 감히 인간의 입으로 하나님을 모욕하느냐.
베리타스 : 오오, 벌써 흥분하면 안되지. 앞으로 흥분할 일일 좀 있을텐데.
(학생2는 아직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베리타스 : 먼저 첫번째 말엔 두 가지 오류가있네. 아주 말도안되게 눈에 보이는 오류.
학생2 : 무엇인가?
베리타스 : 원한다고 해서 죽인 것은 악한 것이 아니다. 그럴듯한 말이구만. 예를 하나들어보지. 연쇄살인마가 체포되어 진술을 하는데 그는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죽고싶다' 라고 토로했다고 했다. 그는 선인가 악인가?
학생2 : (침묵)
베리타스 : 왜 답이 없지? 어서 대답하게. 자네의 말한마디에 영영 감방에서 썩느냐 다시 세상에나와 활개칠것이냐가 달려있네.
학생2 : 그의 말이 실제로 증명되지않는 이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베리타스 : 오, 자네는 물리적 증거의 필요성과 신뢰성을 벌써 인정했군. 그럼 자네는 어떻게 판단할텐가? 자네의 그 영적인 능력으로 영혼과 교감을 할텐가? 이미 피해자는 죽고 없는데.
(학생2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베리타스 : 둘째, 너의 이 밑도끝도 없는 예시와 하나님의 지혜를 측량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없네.
학생2 : (눈을 내려깔며) 좋다. 그럼 다음 말은 어떤가?
베리타스 : 선한 하나님께서 자기를 시험했다고 죽였을 때 선한가 악한가하는 이야기? 그걸 내가 굳이 답해야하나?
(학생2가 붉으락푸르락해진다)
베리타스 : 물론 악하다. 그뿐만이 아니지. 자신을 시험했다고 모습을 보이지도않고 괘씸하다고 죽여버리다니! 내가 만나본 신들 중에 이집트 신들과 그리스 신들 몇명을 포함해 정말 쩨쩨한놈중에 하나군.
학생2 : 뭐라고!
베리타스 :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신이 자신을 시험한 인간을 죽이지 않았다면 선한가? 마찬가지의 질문이군. 내가 사티와 너의 대화를 듣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너를 죽이지 않았다. 그럼 나는 선한사람인가?
학생2 : 그렇지 않다.
베리타스 : 마찬가지다. 나는 선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악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이로써 답은 나왔군.
학생2 : 그럼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서는 어떤가? 당신은 성경이 거짓이란 것을 증명할 수 있나?
베리타스 : 그걸 증명했다면 난 지금 너와 시시콜콜하게 말장난할 여유따윈 없겠지. 물론 없다.
학생2 : 그럼 너도 결국 사티레브와 똑같은 결론에 닿는다.
베리타스 : 하지만 증명되지 않거나 이상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특히 구약에서 말이야.
학생2 : 어떤것이 있는가?
베리타스 : 우선 내가 가장 기억나는 한 가지를 말해주지. 노아의 홍수라는 설화를 잘 알걸세.
학생2 : 설화가 아니라 진실이다.
베리타스 : 그런데 애석하게도 유대인들보다 한참전에 수메르에서 홍수신화가 있었지.
학생2 : 무슨 소린가?
베리타스 : 지우수드라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노아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지. 그뿐인줄 아나? 고대 바빌로니아 전설에도 홍수이야기가 있지. 우트나피슈팀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으로 말이야.
(학생2 놀란다.)
베리타스 : 그래 몰랐겠지. 성경속에만 빠져있으니.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즉, 중동 고대문명의 이곳저곳에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유대인 버전으로 각색해 집어넣은거지. 그렇게되면 결국 구약 내용의 절반이상은 '구라'라는게 들어맞지.
(학생2 할말을 잃는다.)
베리타스 : 화제를 전환해보자. 너의 말에 따르면 너는 굳이 물리적인 증거가 없어도 믿음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
학생2 : 그렇다.
베리타스 : 내 추측하건데 자네는 최고의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 같군.
학생2 : 무슨 말인가?
베리타스 : 넌 이렇게 말해서 승소를 할 수 있어. '존경하는 재판장님, 나는 피고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굳이 물리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믿음으로써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편의 검사는 땅을 치겠지.
(교실이 박장대소를 한다.)
베리타스 : 자, 그럼 이 상황에서 자네는 물리적 증거의 필요성을 느끼나?
학생2 : (머뭇거리다) 그렇다.
베리타스 : 좋아! 드디어 이성인으로써의 한걸음을 내딛는군. 그럼 너의 믿음을 보편화하고 정당화하기위해선 물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군?
(학생2 고개를 떨군다.)
베리타스 : 어허, 아직 할 말이 많이 있네. 이번엔 자네와 크리스쳔들이 좋아하는 '미싱링크'에 대한 얘기를 할거야.
학생2 : 해보라.
베리타스 : 그거아나? 어느 생물학자 부부가 약 3,40년간 생물을 관찰했지. 그리고 그들은 진화를 직접 목격했어. 나는 이정도로 충분히 진화의 과정을 목격한 사례가 될 거라고 믿네.
학생2 : 하지만 긴 시간에서는 모른다.
베리타스 : 고작 40년 만에도 변화를 목격했는데 수 억년간 변화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단정지을 수 있겠는가?
학생2 : 나는 모른다고 하였다.
베리타스 : 좋아, 그리고 너는 하나님이 인간의 성장과정을 보았다고 했군.
학생2 : 그렇다. 그리고 그 말을 모아놓은 것이 성경이다.
베리타스 : 호오, 그럼 성경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겠군. 성경은 하나님이썼나, 사람이썼나?
학생2 :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사람이 쓴 것이다.
베리타스 : 너는 계시를 믿는가?
학생2 : 그렇다. 따라서 나는 성경 또한 믿는다.
베리타스 : 그래? (베리타스가 머리를 갑자기 쥐어짜더니 어지럼증을 느끼다 다시 말을 이었다)어엇..내가 방금 신의 계시를 받았는데 지금껏 쓰여진 성경은 뻥이라고 말씀해주시더군.
학생2 : 헛소리하지마라!
베리타스 : 왜그런가? 너는 계시를 믿는 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받은 계시는 네가 믿는 신으로 부터 받은 것이다.
(학생2가 분해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베리타스 : 아참,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너의 마지막 말이 기억나는군.
학생2 : 그 부분에 대해선 너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베리타스 : 하하, 그 전에 나는 물증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네가 본 기사를 요구한다.
학생2 : ???
베리타스 : 신문기사가 정치적 성향을 띄거나 지지하는 정책을 홍보할 때 '고위 관계자'라는 말을 쓰곤하지. 근데 확증된 바는 없어. 익명성을 가장하고 쓰는 '권위에 호소하는 신뢰'를 이용해먹는거지.
학생2 : .....
베리타스 : 신의 기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멍청한 작자는 누군지 정말 궁금하군.
학생2 : !
베리타스 : 결론을 정리해주지. 너 역시 신을 증명하지 못하고 사티레브의 말에 되도안한 궤변을 갖다붙이며 순환논증을 이용해먹었다.
사실/오류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신이 있다고 논증하는 것은 혀꼬이는 술주정과 같은 논리였다.
또한 너는 너 자신도 입증될만한 근거를 제시할수 없기때문에 사티레브가 물증이외에는 믿지 않을 거라고 단정지으며 근거제시를 회피했다.
(학생2가 패배감을 느꼈다.)
베리타스 :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은 이거다. '환상에서 깨어나라.' 주의 지혜? 개풀뜯어먹는소리하고 있네.
(베리타스가 교실문을 나갔다. 사티레브는 고개를 잠시 끄덕이고 베리타스를 따라 걸어나갔다. 학생2는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참고로 사티레브 Satirev, 베리타스 Veritas 거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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